(본 게시글은 업무는 IT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쓰려고 하니 감안해서 봐주세요.)
우선 얼마 전 신문에 나온 관련 기사를 한번 보겠습니다. (디지털데일리, 2021.7.28)
지난해 9월 ‘더 K 프로젝트’를 완수한 KB국민은행은 올해는 ‘포스트 더 케이’ 전략을 수립했다. 국민은행은 ‘더 K 프로젝트’를 통해 '마케팅 허브'(Marketing Hub) 구축을 마쳤다.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시에 끊김없이(Seamles),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됐다. 예전에는 대고객 서비스를 그룹으로 나눠서 제공했지만 이제는 철저하게 개인화된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국민은행의 다음 행보는 계정계시스템의 혁신이다. 현재 국민은행의 계정계시스템은 IBM의 메인프레임 환경인데, IBM과의 라이선스 유효기간 만료는 2025년까지다. 따라서 국민은행이 2025년 이전에 x86기반의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은 한국IBM을 통해 ‘코어뱅킹 혁신’ 컨설팅을 마쳤으며, 계정계시스템 등 핵심 코어뱅킹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위한 타진에 들어갈 계획이다.
같은 기사에 있는 신한은행 관련 내용입니다.
올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사업 중 가장 주목되는 사업은 단연 신한은행의 ‘더 넥스트(The NEXT)’ 프로젝트이다. 계정계와 정보계 부문 모두 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한다. 특히 신한은행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중에서는 처음으로 주전산시스템의 x86전환과 클라우드 전환을 동시에 포석한 중장기 IT혁신 전략을 실행에 옮긴만큼 다른 은행들도 ‘IT혁신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주전산시스템의 x86 전환은 폭증하는 디지털 업무 증가에 따른 유연한 IT 대응 전략, 유닉스 이후를 대비하는 IT인프라 자체의 혁신 등 다양한 의미가 농축됐다.
위 기사를 모두 이해한다면 굳이 이 글을 볼 필요는 없겠네요.
이제 이 글의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IT나 디지털 관련된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저와 같은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해본 적이 있다면 다운사이징이라는 단어를 한번은 듣게 됩니다. 이미 들어보신 분이라면 왜 다운사이징이라고 하는 건지 한번 정도는 궁금했을 거구요. IT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용되는 표현인데요, 보통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계열 등으로 시스템 인프라를 변경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다운사이징이라는 용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뭔가가 후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용어사용의 역사를 찾아보려고 여기저기 뒤져보니 1980년대에 메인프레임의 대안을 주장했던 IBM 왓슨연구소 직원이었던 Henry P. Downsing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Terms"(국내 기술용어 사이트)라는 사이트에는 나와 있어, 사실 확인차 구글링을 해봤지만 위와 같은 내용을 찾질 못했습니다.
앞 단락에서 언급한 메인프레임은 세계 최초의 하드웨어 서버 이름입니다. 1952년에 출시된 메인프레임은 당시 금융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장을 휩쓸었습니다. 메인프레임은 간단하게 말하면 대형 트랜잭션 처리가 가능한 대형(말 그대로 대형) 서버이고, 사라진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IBM Z mainframe hardware"라는 이름으로 잘 살아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보시거나,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IBM z15'을 검색해보시면 생김새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워낙 고사양이고, 크기가 커서 은행 등 금융사의 힘의 상징같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다른 선택권도 없었던 터라 회사들이 메인프레임을 구매하기도 했겠지만, 제가 추측하는 또다른 이유는 IBM의 영향력과, 다른 선택권이 적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판단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서비스의 양(트랜잭션등)을 측정하거나, 향후 유지보수 문제, 그리고 메인프레임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한 경우 혹여라도 장애가 발생한다면 그건 담당자에게 재앙이었을테니까요.
https://www.ibm.com/it-infrastructure/z/hardware
시간이 꽤 흐르고, 닷컴붐 등 정보기술(IT)의 영향력이 커진 1990년대에 다운사이징은 일종의 유행이었습니다. 이 유행은 우선은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고, 한국시장은 실질적으로는 2000년 이후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위 기사에서도 봤듯이 현재까지도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은 진행중입니다.
이러한 다운사이징은 20년 넘게 메인프레임 서버를 설치한 수많은 기업들이 엄청나게 비싼 메인프레임의 도입 및 유지비용 대비 실제 자신들의 서비스 사용량이 그렇게 많지도 않음을 우리보다 먼저 깨닫게 된 이유가 큽니다. 또한 과거에는 없던 다양한 선택지(경쟁사들의 서버)가 생겼습니다. 거기에 담당자의 정보기술 역량도 높아져 벤더(IBM 등)사들과 협상도 가능해진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정보시스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변경에 대한 요구가 안팎으로 계속 제기될 수 밖에 없는 20년이라는 사용이력이 물론 가장 큰 몫은 하긴 했을 겁니다.
혹시 서버라는 단어가 이해가 되시나요? 서버는 우리가 책상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의 거인버전입니다. 이 거인 중에서도 특대거인이 메인프레임이고, 중형급이 유닉스나 x86 이라는 이름의 서버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메인프레임은 여전히 크고 강하고 안정적인 게 사실입니다. 이같은 메인프레임이라는 특대거인 대신 중형급으로 변경시키는 게 다운사이징입니다. 위에서 고급에서 일반으로 낮아지는 게 다운사이징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살짝 한가지 덧붙이면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분명 중형급 거인도 힘이 세고 "고급"인데, 굳이 나의 시스템이나 서비스에는 필요하지 않은 거죠.
저는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메인프레임을 교체하는 의사결정이 여전히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닭과 달걀같은 문제이긴 하지만, 당시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는 대부분 본인의 시대에서 하고싶진 않겠지만, 주변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장애 등 변수에 의해 떠밀려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거기에 수없이 얽힌 이해관계는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도 힘든 프로젝트에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됩니다.
위에서 대부분 언급이 되었지만 간단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차세대 구축 프로젝트"라는 표현은 은행 등 대형금융사들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메인프레임" 서버를 유닉스서버 등으로 "다운사이징" 하는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많이 쓰입니다.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차세대 프로젝트는 모든 참가자가 단 한명도 예외없이 힘들어 합니다. 이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단순히 하드웨어(서버)의 변경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나름대로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 하나는 너무나 오랜만에 업그레이드를 하다보니 과거 시스템(레거시라고 합니다.)의 히스토리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부인력이든 외부인력이든 서로에게 화를 냅니다.
- 두번째는 하드웨어 변경만 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변경이 더해지고, 또 아키텍처도 변경하려고 합니다. 왜냐면 새로운 서버를 운영하고 관리하며, 또한 프로그램과 연동하기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수도 없이 나와있고, 왠지 또 그걸 써야 잘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 두가지만으로도 벅찬일인데, 저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이겁니다.
- 재구축의 비전과 목적,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를 해야하는 지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진 참여자가 해도 어려운데 이런 사람은 항상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차출되어오죠. 설령 있다 하더라도 높은 위치, 또는 기획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제 업무레벨로 들어오면 서로의 이해도가 신기할만큼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문제는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규모와 난이도를 불문하고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런 지적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한두번이라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흠...이 부분은 저에게 참으로 오랫동안 고민입니다.
이렇게 그냥 흘러가는 게 인생이며, 회사생활인 거 같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소모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걸 보는 게 맞는 건가 싶은 경우도 있고.
물론 제가 아는 영역 역시 전체 비즈니스에 비하면 매우 작은 부분이라 저의 견해를 일반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과 분석은 내 회사에 대한 의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뭐...오래된 라떼라 그럴 수도 있구요.)
제가 생각하는 출발점은 이런 단어들로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 DevOps
- Blameless Post Mortem
- MVP(Minimum Vriable Product)
- Performance Measurement
- Configuration Management
이 단어들이 정보기술 분야에서 오랜 기간 고민한 결과로 도출된 개념이나 기술, 또는 방법론의 이름들입니다. 오랜기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졌고, 지금도 여러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기사 붙여둡니다.
https://zdnet.co.kr/view/?no=20191124222540
http://m.ddaily.co.kr/m/m_article/?no=218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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