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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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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열전-고대리 "우와 고대리님은 정말 대단해요." 팀장이 된 후 난 여전히 계장들과 친하다. 외부에서 왔다는 이유에선지 아니면 나의 노력(?)이 스물스물 영향을 끼친건 지 모르나 계장들은 은행 공채 출신 고참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오늘은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같은 부서였던 후배 조계장을 오랜만에 연락이 와 점심을 먹는 날. 오랜만의 만남은 만나기전의 설렘과 기대와는 달리 공통적인 소재찾기로 꽤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달이든 1년이든 직장생활에서의 루틴을 공유하는 건 하루 8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것이기에 이런 저런 같은 경험이 쌓이지만, 부서만 틀려져도 전혀 다른 사람과 관심사에 둘러쌓여 여간 쉽지가 않다. 다행히 나와 지금 같은 팀에 있는 고대리가 예전 조계장의 팀직속 선배였다. 나만큼이나 공통소재를..
은행열전-헬스장 아침 일찍 회사 헬스장에 가서 가볍게 운동을 하는 건 내겐 큰 기쁨 중 하나다. 뭐랄까.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자기 관리를 잘하는 40대 중년이라는 만족감은 아무도 몰라도 상관없는 나만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무언가가 있다. 묘한 경쟁심 때문에 6시부터 오픈을 하는 헬스장은 항상 낯익은 얼굴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아침을 시작한다. 이직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회사의 헬스장을 찾는 거였는데, 건물 지하 4층(4층!!!)에 있던 헬스장은 들어서는 순간 어 이게 머지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굴지의 국내 대기업이고, 신문에 돈 잘 번다고 항상 욕먹는 기사를 도배하는 회사의 헬스장 치고는 너무 볼품이 없없다. 하지만 근처 다른 헬스장에 비하면 싸기도 하고 사물함을 무료(단, 빈 공간이..
책갈피#5 황차장이 회의실로 안내한다. 책상위에 있는 서너장 정도로 보이는 보고서를 들이밀며 미국 프레드폴에서 사 온 소프트웨어에서 나에 대해 조사를 하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프레드폴이면 범죄예측프로그램으로 돈을 버는 민간회사다. 십여년전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화되었다고 떠들썩 했다가 전형적인 학습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문제가 많았던 회사이다. 편견마저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특성상 프레드폴 시스템은 흑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예측하는 비중이 백인보다 높았다. LA경찰도 사용중인 이 프로그램은 민간단체로부터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지만 손쉽게 폐기결정을 내리진 못하고 있다. https://namu.wiki/w/%EC%98%88%EC%B8%A1%20%EC%B9%98%EC%95%88 프레드폴을 언급한 건 의도적이다...
책갈피 #4 집으로 돌아와보니 팀장과 정보보호부 박의 메신저가 와 있다. 매크로가 적당히 답을 해주었을테라 쑥 훑어보고 메신저를 닫으려고 했다. 그런데 눈에 걸리는 문장이 보인다. 그것도 박차장과 팀장의 메신저가 모두 그렇다는 건... 왠지 불안하다. ‘이번 주말 낚시 나골프 어때?’ 박차장은 거의 매주 낚시를 가는 매니아다. 골프는 한두번 스크린을 얘기하긴 했지만 내게 골프라는 단어로 얘길 했던 적이 있던가 생각해봤다. ‘지난 번에 빌려준 채ㄱ 갖다줄 수 있어요. 이번주?’ 팀장은 굉장히 학구적인 사람이다. 정확히는 학구적인 사람으로 내가 만들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내가 끊임없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별 관심이 없다가 언젠가부터 자극을 받은 건지 아니면 부장에게 한소릴 들은 건지 틈만 나면 이것저것 물..
책갈피 #3 운영모드가 계속되니 난 점차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이제 또 어디로 가볼까라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볼 때쯤 부장이 날 불렀다.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이제 6년 채워가고 있어요.” “내년초에 다시 계약이지?” 이런 의뭉스러움은 아무리 적응하려 해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아 네” “...” 이 침묵은 뭘까. 자기에게 정규직 전환을 부탁했던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난 그저 관심이 없어서일 뿐인데. 어쩌면 부장의 머리속엔 이것봐라 올해도 암 소릴 안하네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뇌는 이삼년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던 사이클에서 벗어난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부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머냐고 짜증을 내려는 내 뇌신호와는 달리 온순한 답변이 나와 나도 놀랐다. “우선 인사부..
책갈피 #2 직원에 대한 감시가 매우 철저했던 회사를 다니다 오고, 그러한 변화가 점점 확대되어가는 변화를 이미 봐왔던 나는 이 곳의 변화도 단지 시간문제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근무시간 중에 불필요한 자리이석이나 게시물 클릭, 행내 익명게시판 등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게시물은 아예 클릭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전 직장에서 하던대로만 하면 되는 거라 별로 불편할 것도 없었다. https://windowsreport.com/log-monitoring-software-pc/ 10 best event log monitoring software for Windows 10 Diagnoze interruptions and problems by analyzing the logs. Use one of our recommended ..
책갈피 #1 Prologue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써본다. 빨간 국물이 흘러내리는 김치독이 되지 않길 바라며.... 언제부터인가 아침을 깨우는 건 핸드폰알람이 아니라 각종 PUSH 메시지다. 겨우 눈을 떠 확인해 보니 출근길 10분을 이용해 간단한 정신상담을 받아보라는 광고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엔 위험할 수 있으니 엠비언트 사운드 모드를 하라는 친절한 안내도 잊지 않았다. 지난 주에도 비슷한 PUSH가 왔던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지난 번 업체는 2+1 이벤트를 한다는 둥의 메시지였던 거 같다. 이 업체는 도대체 어떻게 내가 자전거를 타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출근 시간이 20분 남짓이란 걸 아는 걸가. 하지만 이런 궁금증은 이젠 시간낭비일 뿐이다. 오히려 내게 딱 들어맞는 상품제안이나 할인서..